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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를 좋아하는 이유생각1 2024. 11. 19. 23:15
제목은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저씨를 좋아한다니. 오해할 수도 있는데 오해라고 하면 아마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을 지인들에게 걱정 말라고 하고 싶다. 정말 내가 그런 사랑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아 물론 마음이 통한다면 모를 일이지만, 나는 보통 연상과는 잘 안 맞는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알겠지. 이런 느낌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아라시( 嵐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의 은밀한 취향에 대하여. 뭐 그다지 은밀할 것도 없이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그 일본 아이돌? 일본 아저씨들? 이라면서 이야기를 꺼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학교 때 나를 안 사람이나, 직장에서 날 아는 사람은 전혀 연상하지 못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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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끈질긴 짝사랑일상 2024. 5. 22. 23:39
참외와 진보라색 꽃을 담은 꽃병. 꽃병에 담긴 찬물 때문에 생기는 뿌연 성에와 아스파라거스 화분. 방을 뒹굴던 스피커로 틀어놓은 뉴에이지 음악과 금붕어가 그려진 쉬폰 커튼까지. 별것 아닌 것들의 집합이 나를 짝사랑으로 이끈다. 여름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굉장한 추억이 있지 않는 이상. 아니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뿐이지 땀범벅인 한낮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줄곧 그렇게 생각했고 스스로를 그 정답 안에 가두었다. 내내 초여름만을 사랑한다고 이야기 했다. 딱 그 초입까지. 생일과 장미의 언저리까지. 그런데 오늘처럼 가슴에 박히는 순간들이 있다. 엘리베이터 공사로 14층을 올라오는 내내 흘린 땀을 샤워로 씻어내고 선풍기를 튼 채로 참외를 깎아 먹는 밤. 또 선물 받은 마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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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치매일상 2024. 1. 1. 12:51
글을 쓰다가 쓰지 않다가 쓴다고 마음 먹었다가 잊었다가 발을 담궜다가 뺐다가 반복하다보니 이제 알겠다. '소설'안에 있을 때의 나와 그 안에 없을 때의 내가 구분이 된다. 누구도 공감하지 못할 감각이지만 나는 명확하다. 단순히 꿈에 빠진 무모한 도전자가 되는 감각이 아니다. 이전에 내가 왔던 길에 대한 확신이다. 지금도 그 길 위에 있지만 '발자국-a'를 찍어버려서 나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부끄러웠다. 무엇도 되지 못하고 다른 길을 시작해버린 것 같아서. 그런데 그것도 나다. 나를 이루는 하나의 조각이다. 커다란 이수림이라는 자아가 꿈쩍도 안하는 고집 불통이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안에 어떤 분열이 일어나던지 움직일 생각을 안하니까. 결국 소설을 쓰겠다고 엉엉 울 뿐인 거대 석상일 뿐이니까. 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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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를 망친 역사일상 2023. 5. 27. 01:10
1. 생일은 지난 지 오래오래지만 (사실 일주일 정도) 일상 얘기를 적기에 딱 좋은 소재인 것 같아서 가져왔다. 블로그를 처음 만들 때 책 추천이나, 짧은 소설, 그리고 에세이로 채우려고 했는데 어찌하다보니까 갈 길을 잃었다. 음 일상은 길을 잃을 일이 없겠지? 사는 데로 길이니까 ! 편안히 얘기해 보자면 서프라이즈를 망친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하고 싶었다. 썰을 풀어 볼까나. 두 꾸꾸들이 내 생일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했다. 케이크를 주문 제작해서 나를 부르고 짜잔하려는 계획이었겠지? 마침 나는 공강에 집에서 자고 있었고, 그 둘은 5시에 수업이 끝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것까진 성공 ! 그리고 두 꾸꾸가 나를 서프라이즈 장소에 부르기 위해서 전화를 한 것이다. 나는 자는 와중에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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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스즈메의 문단속영화추천 2023. 3. 28. 01:15
'스즈메가 왜 쇼타를 사랑하느냐, 그리하여 왜 그들의 여정이 시작되느냐.' 영화를 앞의 5분이나 놓친 침착맨 아조씨가 아주 화를 내길래. 생각난 김에 그 부분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 쇼타에게 첫눈에 반해서 모험과 영화가 시작된다고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과연 그게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길에 본 남자에게 온 마음을 걸고, 그 뒤로 사랑하게 되었노라고? 내 대답은 글쎄. 그건 아닌 것 같다. 우리의 사랑이 아주 별 것 아닌 것에서 시작되듯이 그리고 정말 작아서 사랑을 부정하거나 사랑을 눈치채지 못하는 순간이 있듯이. 스즈메에게 쇼타를 본 순간은 사랑의 시작이 아니라 쇼타에게서 그리운 무언가를 투영하여 본 순간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영화의 전반부에 스즈메가 문 너머의 세상을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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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영화추천 2023. 3. 13. 19:07
쓸쓸한 금발 가발. 신원불상의 그녀는 선글라스 너머로 술잔을 넘기는데, 그게 몇 잔째인지 나는 셀 수가 없다. 그녀가 마시는 술은 죄다 내 안으로 들어 갔기 때문이다. 되려 취하는 건 나여서 우리의 대화를 기억할 수가 없다. 새벽에 술 취한 남녀가 으레 그래 하듯 우리는 자연스럽게 호텔방에 도착했다. 내가 원했던 일이었다. 다만 내가 원했던 이유는 내게 이별을 말했던 그녀를 잊기 위해서. 그래서 금발 그녀의 옷을 벗기지 못했다. 룸서비스로 시킨 음식을 먹어치운 후에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는 어디 있는 여자로부터 오는지 고민했다. 침대에 시체처럼 늘어진 이 여자인지. 전화조차 받지 않는 그 여자인지. 어쨌든 여자로부터 비롯되는 허기를 애꿎은 음식을 괴롭히는 것으로 끝을 보려 했다. * 총성과 불법체류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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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카테고리 없음 2022. 10. 30. 06:02
세상엔 수많은 사랑의 형태가 존재한다. 가족과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자연과 사랑을 할 수도 있고 무생물과 사랑할 수도 있다. 전공을 사랑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사랑하기도 한다. 이 자유로운 사랑은 세상이 제 것인 양 둥둥 떠다닌다. 정처도 없이, 이유도 없이. 하지만 사랑이란 이유로 우린 너무도 폭력적이다. 법으로 정할 수도, 도덕으로 경계를 구분 지을 수도 없다. 시작과 끝이 없다. 아니 있으나 모호하다. 멈출 수도 속도를 지정할 수도 없는 건방진 이단아의 이름은 사랑이다. 달라고 해도 받을 수 없고 주려고 해도 줄 수 없다. 바람 따라 움직이는 사랑만이 결정할 것이다. 그렇기에 앞서 말했던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 반항적이고 영적인 것에 대하여. 어떤 관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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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훈 - lonely heart노래추천 2022. 6. 6. 01:27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목소리. 소리가 입 안에서 요리되고 있는 걸 목격하는 느낌. 먹고 씹기만 할 수 있던 입 안의 예술. * 플랫폼에 대한 추억이 다들 있으신지요? 이렇게 물어보면 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의 질문 같지만 나도 딱히 여행과 친하지는 않아요. 본가와 학교가 멀어요. 그 오고 감이 왠지 여행 같다고 느끼는 편리주의자일뿐예요. 기차가 뺨을 후려칠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기차가 가는 쪽으로 고개도 못 돌렸던 겁쟁이가 이젠 플랫폼에서 어울리는 노래를 고르죠. 맞아요. 인생은 익숙해져 가는 과정인가 봐요. 어딘가에 갈 일이 있다면, 플랫폼에 덩그라니 혼자라면 특히! 밤기차를 기다린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는 것은 어떠신지요. 한낮에도 없던 추억이 있다고 착각하게 하는 노래이지만요. 아차 내가 두고 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