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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주의) 스즈메의 문단속
    영화추천 2023. 3. 28. 01:15

     

    ps. 잘생긴 건 오래보아야, 많이 보아야 좋은데...영화 전반에 걸쳐 의자라니...

     
     
     
    '스즈메가 왜 쇼타를 사랑하느냐,
    그리하여 왜 그들의 여정이 시작되느냐.'
     
    영화를 앞의 5분이나 놓친 침착맨 아조씨가 아주 화를 내길래. 생각난 김에 그 부분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 
     
    쇼타에게 첫눈에 반해서 모험과 영화가 시작된다고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과연 그게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길에 본 남자에게 온 마음을 걸고, 그 뒤로 사랑하게 되었노라고? 
     
    내 대답은 글쎄. 
     
      그건 아닌 것 같다. 우리의 사랑이 아주 별 것 아닌 것에서 시작되듯이 그리고 정말 작아서 사랑을 부정하거나 사랑을 눈치채지 못하는 순간이 있듯이. 스즈메에게 쇼타를 본 순간은 사랑의 시작이 아니라 쇼타에게서 그리운 무언가를 투영하여 본 순간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영화의 전반부에 스즈메가 문 너머의 세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과거 회상이 나온다. 전반부에 나오는 회상은 늘 그렇듯이 아주 흐릿하고 완전히 보여주지 않으나, 중요한 것을 담고 있다. 
     
      스즈메가 어릴 적, 어쩌면 생과 사를 오가던 그 시절. (그것이 육체의 죽음 경계를 말하는 것인지 혹은 정신의 죽음 경계인지.) 스즈메는 알 수 없는 존재와 마주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존재를 만나고 난 이후에 스즈메의 그림일기가 클로즈업된다. 4살 무렵의 아이는 자신의 그림일기를 온통 새까맣게 칠한다. 
     
      우리는 고통스러운 것을 곧잘 잊는다. 잊는다는 것. 그건 희미해지는 걸 의미할까 아니면 아예 사라진 것을 의미할까. 잊고 싶은 것이었으나, 다시 기억해야만 하는 것이 정말 없는가?
     
      스즈메에게 쇼타는 잊은 기억 저편의 존재와 비슷했기에 눈이 간 것이다. 그럼 여기서.
     
    1. 나 그 사람에게 첫눈에 반했어.
     
    2. 그 사람 첫 만남부터 눈이 가더라. 
     
    1,2번 중에 사랑인 것은? 반대로 사랑이 아닌 것은? ( )
     
      문단속이라는 말에 걸맞게 스즈메는 행동한다. 문단속을 하려면? 일단 열어놓고 큰 코가 다쳐야 그다음부터 단속을 하게 된다. (이건 경험담 ㅎ) 우리의 스즈메가 문을 열고 그 안에서 지진을 일으키는 재앙이 고개를 내민다. 그 뒤로 아까 말했던 문지기 가업을 잇고 있는 쇼타랑 힘을 합쳐서 일본 전 지역의 문을 다 닫고 다닌다. 쉽게 열고 어렵게 문 닫는 영화.
     
      그런데 고양이 요석이 마음에 턱 하고 걸린다. 귀여운 목소리에 외양, 그리고 스토리 전개 전체에 영향을 주는 존재니까. 어쩌면 원망스러울 고양이 요석. 바싹하고 말랐다가 스즈메의 온정 어린 손길에 뽀얀 웃음을 짓는다.  '너 우리 집 애 할래?' 라는 말에 문 밖을 나와버린 우리의 히어로. 
     
     
      나는 그 애가 '이전에 희생된 히어로' 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신과 절대자에 대한 해석은 나라마다 다른데 일본은 특히 세상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지진도 판의 이동이 아니라 땅의 지신과 사람들의 원한이 일으키는 것이라며, 그것을 막는 인간이 문단속을 한다는 설정이 영화 전반에 걸쳐 개연성을 얻는다. 고양이 요석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는 말이다. 원래부터 신이 아닌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쇼타가 문 뒤에서 문을 지키는 요석이 된 것도 그러하다. 스즈메가 아무나 요석이 될 수 있는 거냐고 묻는 질문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요석은 지진이라는 재앙을 문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남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 땅에 박힌 말뚝으로 표현되는 이유도 그러하리라. 말뚝은 혼자 박힐 수 없다. 제 스스로 거기에 깊숙이 박히는 말뚝은 없다. 그것이 사람이라면, 감정을 가진 존재였다면. 외로움을 자처하는 히어로는 세상에 몇이나 될까. 어느 정도 세계의 비밀을 이해하고 있는 쇼타도 인간적 욕구를 가지고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보통은 비밀을 안고 있는 존재는 보통의 인간과 다른 욕구를 지닌 경우가 많은데, 쇼타는 그렇지 않다. 평범하게 대학을 졸업하고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그 쇼타가 문 뒤를 지키는 말뚝이 된다. 
     
      고양이 요석이 그렇지 않았으리란 법이 있나? 애초에 거기있던 요물이라는 것이 말이 될까. 애초에, 원래와 같은 말에 인간은 종종 잔인해지곤 한다. 고양이 요석은 스즈메의 친절로 단 번에 그녀를 사랑했다. 인간의 주목과 손길을 즐기며 애교를 마음껏부렸다. 그것은 몇 천년의 외로움 끝에 단비인 것이다.
     
      그리고 뒷문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
     
      자, '문'. 경계를 나타내는 단어. 그리고 공간을 나타내는 단어가 된다. 문 안 쪽은 어떠한 공간이 되고, 문이 서 있는 곳은 경계. 문 바깥은 외부가 된다. 세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는 어마어마한 존재. 이 영화에서 문 너머는 바로 저세상으로 묘사된다. 그건 놀랍지 않다. 내가 흥미로웠던 부분은 뒷문의 존재다. 
     
      대문과 뒷문. 일본엔 주택이 많고 보통 뒷문이 존재하는 주거문화를 가졌다. 뒷문은 빠져나오는 용도로 우린 보통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안에선 문 안이 저세상이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뒷문은 빠져나오는 구멍으로 생각할 수밖에. 그러나 스즈메는 이 뒷문을 통해 우리의 뒤통수를 친다. 스즈메는 뒷문으로 저세상을 들어가게 된다. 이 부분은 스즈메의 인생 경험으로부터 나온 모토이자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 '삶과 죽음은 같은 경계에 있다.' 라는 부분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인간은 살아있는 채로 저세상을 넘어 갈 수 없다. 대놓고 열린 문으로 스즈메가 들어가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단 한 사람에게 단 하나씩 존재하는데 그것이 '뒷문'의 정의이다. 스즈메는 뒷문으로 저세상을 넘어가게 되는데. 이 뒷문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스즈메가 뒷문으로 들어가자 영화의 첫 장면에서 나왔던 스즈메의 과거 회상과 같은 장소가 나온다. 그러나 처음과 다르게 저세상이라는 말에 알맞게 불타오르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안에 재앙이 꿈틀거린다.

      이러한 끔찍한 장소가 한 사람에게 하나씩은 있는 걸까. 저세상과 연결된 나의 뒷문. 이것은 앞서 말했던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 밀접하게 붙어 있다' 는 것을 의미하면서도 스즈메의 과거, 이는 쓰나미가 지나간 잔해를 배경으로 하는데, 나는 이것이 인간에게 하나쯤은 있는 정리되지 않은 슬픔이라고 생각했다. 차마 정리할 수 없는, 정의할 수 없는 슬픔. 정리할 수 없는, 정의할 수 없는 후회. 
     
      일본인들에겐 재앙으로 소중한 사람을 저마나 하나씩 잃은 경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영화의 전반적인 공포가 되는 재앙이, 지진이, 쓰나미가 훔쳐간 생에 대한 경험이 그들에겐 뒷문이 되어있는 거다. 인생은 계속되고 시간은 흐르는데 정리할 수 없어서. 정리되지 않아서. 억지로 닿아 놓은 나의 뒷문. 그것이 문 너머의 저세상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리하여 스즈메의 가출은 마무리 되고 사랑은 이뤄지는데. 쇼타 대학생... 스즈메 고2... 흠... 일단... 뭐...
     
      번외로 이모와의 스토리. 참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냥 사람들이 그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세상엔 가족이란 이름으로 많은 이들이 살아간다. 법적이거나, 핏줄이거나 그것이 설명할 수 없는 무수한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그리고 타의적으로 가족이 된다. 아 참 그리고 이것도. 당신의 가족만이 가족인 것은 아니다.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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