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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수많은 사랑의 형태가 존재한다. 가족과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자연과 사랑을 할 수도 있고 무생물과 사랑할 수도 있다. 전공을 사랑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사랑하기도 한다. 이 자유로운 사랑은 세상이 제 것인 양 둥둥 떠다닌다.
정처도 없이, 이유도 없이. 하지만 사랑이란 이유로 우린 너무도 폭력적이다.
법으로 정할 수도, 도덕으로 경계를 구분 지을 수도 없다. 시작과 끝이 없다. 아니 있으나 모호하다.
멈출 수도 속도를 지정할 수도 없는 건방진 이단아의 이름은 사랑이다. 달라고 해도 받을 수 없고
주려고 해도 줄 수 없다. 바람 따라 움직이는 사랑만이 결정할 것이다. 그렇기에 앞서 말했던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 반항적이고 영적인 것에 대하여. 어떤 관계에도 사랑은 피어날 수 있으나, 죽기도 한다.
늘 그렇듯이. 그러니 찾아오는 사랑에게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가 없이 받는 사랑을 의심할 만도 하다. 내게 이런 귀한걸? 혹은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걸? 당황스럽긴 모두가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의심하는 쪽도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또 바람처럼 떠나갈 사랑이라면 즐겨보는 건 어떤지. 난 즐기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그래서 자꾸만 사랑을 한다. 받아들인다. 시작한다. 다정하다. 끌어안는다. 토닥인다.
그러다가 사랑이 떠나가는데 이게 바람인 양 다가와서 뿌리까지 내려버리네. 다녀갈 때 꼭 본인 다녀갔다고 티를 내야만 만족하는 유치한 양반인 것이다. 그래서 매번 흉이 남는다. 다녀간 자리에 흉이 남는다. 뿌리까지 뽑혀버린다. 토양은 내 인생인지, 진심인지, 양심인지. 그건 알 수 없다. 민들레 씨앗은 빈티지 의류에 몸을 웅크리고 꽃을 피우기도 한다. 입지 않는 옷. 왜 거기서 꽃이 자라나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알맞은 습도와 햇빛이 다녀간 흉이겠지. 그건 민들레 홀씨 마음이겠지. 내가 알 수 있는 건 경험으로 얻은 것뿐. 또다시 사랑이 찾아오려나.
아무도 없는 밤 그네에서 발을 구르며. 입김이 생기기엔 오늘 내가 너무 따듯하게 차려입었지. 하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