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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를 좋아하는 이유
    생각1 2024. 11. 19. 23:15

    내가 좋아하기 전에도 아라시, 아이돌

     

    제목은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저씨를 좋아한다니.

     

    오해할 수도 있는데 오해라고 하면 아마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을 지인들에게 걱정 말라고 하고 싶다. 정말 내가 그런 사랑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아 물론 마음이 통한다면 모를 일이지만, 나는 보통 연상과는 잘 안 맞는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알겠지. 

     

    이런 느낌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아라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의 은밀한 취향에 대하여. 뭐 그다지 은밀할 것도 없이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그 일본 아이돌? 일본 아저씨들? 이라면서 이야기를 꺼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학교 때 나를 안 사람이나, 직장에서 날 아는 사람은 전혀 연상하지 못할 것이다. 

     

    (어쩐지 INTP가 아니냐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현실 MBTI는 ENFJ)

     

    스스로도 생각하기에 누군가를 격렬히 사랑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이기에도 그런사람이다. 고등학교 때를 떠올려도 상대적으로 나보다 더 좋아한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다. 사랑과 호감은 수치로 환산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을 누구보다 더 좋아하려고 노력한 적 없다. 

     

    내가 배운 사랑이란 그렇다. 남이 알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간직하는 것. 우리 아버지의 사랑은 그랬다. 몹쓸 버릇을 옮아 사랑을 나만의 방식으로 하니, 다른 사람에겐 오해가 생길 수도. 

     

    아 모두 차치하고 내가 사랑한 아라시( )라는 일본 그룹은 생긴지 20년도 더 되었으며, 최근에는 불미스러운 일에도 엮어 일본 현지에서도 그닥 인기가 있는 그룹은 아니다. 한국의 sm, 이수만은 아라시의 모기업인 쟈니스의 황금기에 그 경영 체제를 기반으로 한국에 기획사 사업을 들여왔으며 그것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일본은 내수 음반 사업으로도 먹고살기 충분한 시기에 그것을 배워왔으며, 전성기의 쟈니스를 따라 하려는 여러 아시아 국가들의 도전이 있었다. 

     

    근간은 모두 쟈니스였다. 다만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왔으냐고 하면 이제는 회사의 이름도 바뀌었고 내가 사랑한 아저씨들도 뿔뿔이 흩어져 자신의 가정을 이루었다. 일본 아이돌이 자신의 가정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설명하지 않겠다. 이 아저씨들은 마흔이 넘어서 연애를 할 수 있었고 다음 그룹으로 인기를 승계할 수 있었다. 

     

    일본의 고령화가 모든 방면에서 영향을 끼친 듯 싶다. 물론 오타쿠 문화라는 것은 특정 층을 소비하는 마니아가 나이가 들 수록 그 문화가 돈을 많이 벌게 되어있다. 10대를 끌어들여 박리다매를 할 것인가. 30대를 끌어 들어 전 재산을 탕진하게 할 것인가는 사업 총수의 계산 속에 달려 있다. 

     

    일본은 아무래도 후자를 택한 듯 싶다. 오타쿠 문화의 시초이자 충성스러운 팬층의 성공 사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일본 열도에서 탄생하였으니까. 그 덕을 내가 사랑하는 아라시가 톡톡히 봤다. 

     

    지금의 아라시는 인기가 없지만 그 이유는 더 이상 한국에서 소비할 수 있는 아라시의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꾸준히 방송을 하고 있지만 예전의 케미를 기대하기는 어렵고(오노의 부재도 큼) 지금은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었으니 유사 연애를 하는 층은 빠진 상태이다.  

     

    내가 사랑했던 고등학교의 아라시는 이런 의혹에서 자유로웠다. 아직 연애도 제약으로 심각하게 묶여있고 기획사인 쟈니스와 쟈니상도 살아있던 시기이니 계약으로나마 지켜지는 아라시와 유사연애가 가능했다. 그러니 남아있는 팬층도 탄탄했고. 

     

    그때의 아라시는 왜인지 한국에서 활발했다. 

     

    번역을 통으로 해오는 일부 사람들 덕에 유튭에서 아라시의 일본 프로그램을 당일에도 볼 수 있었고 일본문화와 아라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블로그가 활발해서 업로드가 빨랐다. 아 그 당시는 ott프로그램의 강세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는 그닥 넷플이라던지, 티빙이 일본 예능을 사들이지 않았다. 일본도 보수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내수 시장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이 그때까진 있었다.(아라시의 오피셜 유튭 계정이 없을 정도) 그 이후로 차츰 쟈니스의 내부적인 문제가 들어나고 각자도생이 답이라고 생각한 아티스트들의 유출이 시작되었다. 

     

    그전까진 일본어를 배운것도 아라시 덕이었고 일본 맛집과, 거리를 기억하게 하는 것도 아라시였다. 아 행복했다. 우리 아저씨들 덕에 

     

    이 아저씨를 사랑한 이유에는 서로의 캐릭터를 확고히 한 덕도 있다. 요즘은 문학에서도 완전 악역과 완전 선인은 없지만, 이때는 그룹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한 포지셔닝이 필요했다. 옛날의 산물이다. 사람이 어떻게 하나의 역할만을 하고 살아갈까. 그전에는 이 거짓이 통했다는 말이다. 그게 좋았다. 하나의 우물을 파면서 생기는 노련함? 뭔지 알까?

     

    츳코미를 하면서 생기는 노련함. 보케를 하면서 생기는 노련함. 스마트한 인물을 연기하며 생기는 노련함. 스토익한 사람을 연기하면서 생기는 똥고집. 자유를 원하면서 리더를 하는 아이러니함. 그것들이 좋았다. 거짓일지언정.

     

    수십년을 한 팀이 사랑받으며 여려 프로그램을 하는 것도 좋았다. 뽑아 먹을 모든 콘텐츠를 뽑아 먹어서도 좋았다. 내가 다른 나라와 문화, 식성에 익숙해지도록 다른 사람으로 안 바뀌고 도와준 느낌이었다. 물론 그건 착각이었다. 일본이라는 보수적인 집단에서는 당연한 사회 현상이었달까.

     

    어쨌든 일본에 익숙해지고 일본어에 익숙해지도록 나를 다른 세상으로 이끌어준 나의 아저씨들. 

     

    와인을 반병이나 먹으면서 쓰는 두서없는 글과 그리움. 

     

    방황하는 나를 다른 세상에서 살 수 있다면서 거짓말한 당신들을, 나는 있잖아. 

     

    참 좋아했다.

     

    몇 날 며칠을 아라시의 노래 가사를 외웠다. 밤새도록. 2시간 거리의 나라에서는 그런 소녀가 있었다. 

     

    You are my SOUL!SOUL!

    いつもすぐそばにある
    언제나 바로 곁에 있어
    ゆずれないよ 誰もじゃまできない
    양보할 수 없어 누구도 방해할 수 없지
    体中に風を集めて 卷きおこせ
    몸 가운데 바람을 끌어모아 일으켜보자

    A·RA·SHI A·RA·SHI for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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