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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치매
    일상 2024. 1. 1. 12:51

    글을 쓰다가 쓰지 않다가

    쓴다고 마음 먹었다가 잊었다가 

    발을 담궜다가 뺐다가 반복하다보니 이제 알겠다.

     

    '소설'안에 있을 때의 나와 그 안에 없을 때의 내가 구분이 된다. 

    누구도 공감하지 못할 감각이지만 나는 명확하다.

     

    단순히 꿈에 빠진 무모한 도전자가 되는 감각이 아니다. 

    이전에 내가 왔던 길에 대한 확신이다. 

    지금도 그 길 위에 있지만 '발자국-a'를 찍어버려서 나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부끄러웠다. 무엇도 되지 못하고 다른 길을 시작해버린 것 같아서. 

     

    그런데 그것도 나다. 

    나를 이루는 하나의 조각이다. 커다란 이수림이라는 자아가 꿈쩍도 안하는 고집 불통이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안에 어떤 분열이 일어나던지 움직일 생각을 안하니까. 

    결국 소설을 쓰겠다고 엉엉 울 뿐인 거대 석상일 뿐이니까. 

     

    돌을 달래서 작가를 만드는 일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나는 원래 말도 안되는 일을 꿈꿨다. 

    그러다가  나에게 스스로 실망해서 되돌아보니까 

    소설 안에 완전히 빠져있던 내가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었다는 걸 발견한거다. 

     

    정말 잘해왔다. 쉬지 않고 읽었고 쉬지 않고 썼다. 

    누가 시켜도 못할 소설들을 썼다. 누군가는 절대 낳지 못할 문장들을 낳았다.

    유일한 증인은 남아있는 80매 내외의 수십편의 작품들이다. 

     

    어디가지 않는 작품들이 제목을 당당히 내밀고 내게 말을 건다.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기록은 희미하지 않다.

     

    나는 왜 어제가 흐릿하게 보일까.

    나는 왜 방금 오후가 자꾸만 멀게 보일까. 

    스스로는 전혀 믿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소설은 모두 남아 있다. 한 글자도 빠지지 않고 있다. 

     

    소설을 썼던 날들을 가물가물 떠올려보면 

    내가 무슨 옷을 입고 어떤 정신으로 썼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지만 

    내가 소설을 썼던 손가락이 기억이 난다. 

    아주 바쁘게 속으로 삼킨 소리들을 받아 적으려고 열심히였던 손가락이 

    또렸하다. 지금 내 손가락을 다시 들여다본다. 

     

    손가락을 보는데 심장이 뛴다. 

     

    아무 상관이 없는 심장이 뛴다. 쓰던 날의 나에게 내가 감동하고 만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아주 높히 날던 순간임을 그제야 안다. 

    나는 다시 돌아 갈 수 있음을 안다. 아니 확신하지 못해서 두렵다.

     

    아니 잊을 수 없어서 포기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다시,

     

    다시, '소설'로 돌아가는 것 밖에 없다.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누구는 평생 쓰지 못할 문장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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