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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카테고리 없음 2022. 2. 8. 15:22
나는 043에 살았다. 이십 하고 일 년을 꼭 채워서 살았다. 그곳에서 태어나서였고, 아빠는 043의 토백이다. 043은 그닥 큰 스펙이나 자랑은 아니지만 나나 아빠나 막걸리 한 잔 걸치면 여기가 살기 참 좋아. 하고 트름하곤 했다. 막걸리는 몸까지 발효 시킨다. 달팽이관이 술에 절어 먹먹하다. 043엔 있을 건 다 있고, 가운데 무심히 흐르는 무심천이 있다. 내 이십일년의 이벤트가 거기에 흐르고, 나도 가끔 가서 흐르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나갔던 당신이 그리워서 엉엉 울던 날에 무심천은 얼지 않았다더라. 아니 그러다보니 불쑥, 운명이 나를 063으로 데려다 놓았다. 원했던가 원하지 않았던가. 063에 아주 작은 원룸에 몸을 옮겼다. 문을 닫으면 아늑하다. 혼자라 문을 꼭 잠가놓는다. 내가 다음생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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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Sobangcha) - 어젯밤 이야기노래추천 2021. 9. 30. 00:16
투명 봉투 속 내용물이 훤히 비쳤다. 봉투는 구겨짐이 있었지만 여전히 투명해 속 안의 것을 내내 보여주고 있었다. 잊은 듯 넣어놓은 봉투엔 잊혀진 사진들이 있다. 잊힌 얼굴들이 있었다. 오래전 나와 오래전 네가 있었다. 아니 오래된 건 지금의 나쪽인가. 사진 속 얼굴은 새것인 듯 어렸다. 정리를 하겠다고 서랍을 뒤지면 겨우 한 두 부분 정돈되고 결국 바스락 거리는 봉투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손가락 끝으로, 지문 자리로 만지는 플라스틱 지퍼백은 왜 시간이 갈수록 기분이 좋은지. 봉투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태아 적 엄마가 배를 쓰다듬는 소리라고 했던 인터넷 기사의 문장이 나를 스친다. 정리는 밀어 두고 사진을 꺼낸다. 안녕하고 인사할 뻔한 설레는 마음을 눌러놓는다. 못 만날 사람도 아니고 넌 늘 내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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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안아줄게 - young K(DAY6)노래추천 2021. 9. 12. 03:22
끝까지 안아 줄게. https://youtu.be/tLcynwlNh38 Young K "Guard You(끝까지 안아 줄게)" M/V Young K "Guard You(끝까지 안아 줄게)" M/V Listen to Young K "Eternal" iTunes & Apple Music : http://apple.co/3DT1t3e Spotify : http://spoti.fi/3tkj7Z5 DAY6 Official YouTube: http://www.youtube.com/c/DAY6Official DAY6 Official Facebook: http://www. youtu.be 무분별하게 영어가 섞인 노래는 참 안 좋아하는데, 이 노래만큼은 이 고백만큼은 눈 감아줘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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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사랑노래추천 2021. 6. 21. 00:45
오랜만에 듣는 노래 속 '그대' 라는 단어가 나를 벙찌게 만들었다. 너무나 익숙한 단어인데 그날따라 그대라는 단어가 실체가 있게 느껴졌다. 그대라는 말이 온전히 나를 부르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 네가 불렀기 때문이었다. 네가 부르는 그대는 오롯이 나임을 확신했다. 네가 부르는 그대라는 말은 평생 나일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네가 부르는 그대가 흔들림 없이 나여서 조금, 울먹거렸는지도 모른다. 험하고 굴곡 많은 인생에 확실한 게 어디 있겠나. 하루도 웃을 일 없이 맡은 바 민폐가 되지 않게 살뿐이다. 꿈이라고 쫒지만 사실 그 여행은 목적지가 뚜렷하지 않다. 당신이 부르는 그대가 내 인생 유일한 명확이 되어 당신이 부르는 그대가 내 인생 유일한 안정이 되어 당신이 부르는 그대가 내 인생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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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산생각1 2021. 5. 28. 14:29
90년생 작가의 약력을 가만히 읽었다. 세 줄짜리 점점 간소해져가는 작가 약력에 알 수 없는 환멸을 느꼈다. 너무 이뤄낸 게 많아서 줄인 티가 났기 때문이었다. 줄이고 줄여 상대방이 열등감을 느끼지 않게. 작가란 모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나는 그런 식의 배려가 더 끔찍했다. 차라리 여느 아마추어 작가들처럼 주저리, 주저리 당신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지. 사이비의 설교처럼, 방문판매의 화술처럼. 그냥, 내가 가고 싶은 그 자리가 더 이상 높아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차라리 천박하고 저급했다면, 가지고 싶지 않았을텐데. 작가란건 계속해서 고급져지기만 해서. 내 눈에 그보다 아름다운 건 없어서. 5월 말. 하늘에서 내리는 것은 결코 눈은 아니었으므로, 싸락비. 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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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 2020영화추천 2021. 3. 9. 21:47
인생이 힘든 이유는 자신이 한계에 몰입하기 때문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모순적이게도 잘하고 싶은 마음에 못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쉽게 집착이 되고 트라우마가 된다. 그러니 삶이 우울해지는 것은 너무 잘 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아주 열심히 아주 또렷이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웃음) 디즈니에서 나온 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했다. 조는 음악을 사랑하기에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위치에 불만이 있었다. 연주자로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다면 자신의 인생이 빛을 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사후 세계가 있다면 생전의 세계도 있는 법. 이 영화의 근본적인 세계관이었다. 태어나기 전에 사람들은 이미 ‘성질’ 을 터득해서 생명을 얻는 다는 것. 신체가 있기 전에 이미 마음은 ‘결’ 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