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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차(Sobangcha) - 어젯밤 이야기
    노래추천 2021. 9. 30. 00:16
    넌 초등학생 때 소방차 노래를 어떻게 알았냐?


    투명 봉투 속 내용물이 훤히 비쳤다. 봉투는 구겨짐이 있었지만 여전히 투명해 속 안의 것을 내내 보여주고 있었다. 잊은 듯 넣어놓은 봉투엔 잊혀진 사진들이 있다. 잊힌 얼굴들이 있었다. 오래전 나와 오래전 네가 있었다. 아니 오래된 건 지금의 나쪽인가. 사진 속 얼굴은 새것인 듯 어렸다.

    정리를 하겠다고 서랍을 뒤지면 겨우 한 두 부분 정돈되고 결국 바스락 거리는 봉투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손가락 끝으로, 지문 자리로 만지는 플라스틱 지퍼백은 왜 시간이 갈수록 기분이 좋은지. 봉투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태아 적 엄마가 배를 쓰다듬는 소리라고 했던 인터넷 기사의 문장이 나를 스친다. 정리는 밀어 두고 사진을 꺼낸다. 안녕하고 인사할 뻔한 설레는 마음을 눌러놓는다. 못 만날 사람도 아니고 넌 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생각한지 10년이 넘는다.

    얼마 전 새로운 변화에 후련하다고 전화가 온 너였다. 진즉에 빈자리가 많았던 사람이 아예 가버렸다고 이젠,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나는 왜인지 너를 위로하고 싶었다. 평화롭게 가볍게 얘기하는 너를 붙잡고 가만가만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었다. 우리의 거리가 그날따라 참 멀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은근 커.

    한참을 다른 얘기를 하다가 네가 입을 열었다. 속삭였는지도 모른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늘 빈자리여서 아예 가버리면 깔끔히 정리될 줄 알았는데.

    사람사이에 그런 게 어딨니. 정 안 들었다고 말하는 인간을 본 적이 없어. 눈에 안 보여도 정드는 게 인간이지. 그렇게 어리석은게 인간이지. 결국 방바닥을 쓸다가 떠올라서 정들었었는데.. 하고 읊조리는 인간만이 있어. 세상엔 그런 인간들만 있어.

    나는 사진을 꺼내어 들었다. 형광등 빛이 중학생이었던 우리들 얼굴에 맺혔다. 우리 사이에 사람만 한 반사광이 비췄다. 나는 그게 싫어서 등을 돌려 사진을 품 가까이 끌어다 놓았다. 등을 구부렸다. 그렇게 해야할 것 같았다. 비를 맞는 가여운 고양이에게 내려둔 우산처럼. 나는 등을 구부렸다. 그제야 우리들 사이에 아무것도 없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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