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 대한 추억이 다들 있으신지요? 이렇게 물어보면 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의 질문 같지만 나도 딱히 여행과 친하지는 않아요. 본가와 학교가 멀어요. 그 오고 감이 왠지 여행 같다고 느끼는 편리주의자일뿐예요. 기차가 뺨을 후려칠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기차가 가는 쪽으로 고개도 못 돌렸던 겁쟁이가 이젠 플랫폼에서 어울리는 노래를 고르죠. 맞아요. 인생은 익숙해져 가는 과정인가 봐요.
어딘가에 갈 일이 있다면, 플랫폼에 덩그라니 혼자라면 특히! 밤기차를 기다린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는 것은 어떠신지요. 한낮에도 없던 추억이 있다고 착각하게 하는 노래이지만요. 아차 내가 두고 온 추억이 어디쯤이더라. 내가 두고 온 그 남자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더라. 주황과 남색이 겨루는 저녁도 좋아요.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맘때쯤이면 돌아가는 길인데도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는 상상을 도와줄 거랍니다. 밤엔 플랫폼 전체가 무대가 될 거예요. 내 위에 흔들리는 조명이 역의 조명은 아닐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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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못한단 것은 어디 있어도 외로운 마음예요 그대의 품 안에 기대어있을 때에도 언제든 남겨질 나를 그려요
여전히 울고 있는 내 안의 어린아이를 달래지 못한 채 어른이 돼버린 난 마음이 넘쳐흐르는 저기 저들처럼 그저 주는 사랑만 하고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