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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터널생각1 2020. 7. 11. 01:04
오송에서 익산가는 기찻길엔 터널이 많다. 구름을 보려고 고개를 돌리고 있으면 30초도 안돼서 터널이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하늘이 궁금했을 뿐인데, 까만 터널위에 지친 승객들의 얼굴만 비쳤다. 그러다 문득 왜 이걸 지금 알았지. 라고 생각했다. 다른 것에 집중해야 해서, 시간만 기다리고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무수한 이유가 있겠다. 그러다가 터널이 많은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원래는 갈 수 없는길을 , 돌아서 가야하는 길을 뚫어놨으니 어둠이 많을 수 밖에. 1시간 걸릴 길을 20분만에 달려가려면 이렇게 어둠이 많구나. 긴 거리를 짧은 시간에 달려 가려면 어둠을, 수도없이 삼켜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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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이터널 선샤인> 2004영화추천 2020. 7. 6. 22:14
서로를 다 아는 커플이 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 아니던가. 왜 서로는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끝이 나는 걸까. 조엘은 말한다. '식당에서 안쓰럽다 생각하는 시체 같은 커플이 되는 걸까. 그건 싫은데.' 유행에 무던하고 독서와 그림을 좋아하는 조엘과, 즉흥과 여행, 술과 짧은 만남을 사랑하는 클레멘타인은 연인이다. 앞서 말했다 싶이 왜 연인들의 흔한 헤어짐은 서로를 다 안다고 자부하는 시점에서 이뤄지는 걸까. 서로는 기억을 지운다. '라쿠나' 라는 회사는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이다. 사람들이 기억을 지우는 이유는 어쩌면 충동적일 수도, 행복하지 않아서 일수도, 기억의 소중함을 몰라서 혹은 기억의 소중함을 너무 알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둘은 아픔에 끝에 기억을 지우는 선택을 한다. 조엘은 기억을 지우는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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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춤을 추네💃🏻생각1 2020. 6. 21. 16:52
‘성장하는 중인 것 같은데?’ 비가 내리면, 우산을 펼친다. 그렇게 내 머리 위로 내리는 공격을 겨우 막아선 나는 계속해서 걷는다. 그리고 이 장마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카메라 렌즈가 빛에 반짝인다. 줌 아웃, 줌 아웃, 줌 아웃. 나는 사진의 주인공이 되어 박혀있다. 제 3자의 손바닥 안에 있는 사진 속 ,나 또한 걷는다. 장마의 끝자락에 우산과 함께 걸쳐있다. 단 두 발만 더 나아가면 햇살에 닿을 것 같다. 내 시야는 너무나 좁다. 성장 중인 것 같다는 한 마디에 시야가 유리처럼 깨졌다. 이것은 종교의 율법도 아니고, 신의 계시도 아니다. 그렇게 남의 말을 믿을 거였으면 고집 부리며 살지도 않았다. 터무니없는 꿈 따위 꾸지도 않았다. 독실하게 믿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이의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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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란 그런 것이다생각1 2020. 5. 31. 23:26
샤워를 하다가 주저 앉았다. 따듯한 물줄기 가슴에 안았다. 개인적인 감정을 해소하려 글을 쓰면 안 됀다. 소설은 그런 것이란다. 내가 투영되어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내가 손가락 만큼도 비춰서는 안된다. 소설은 그런 것이다. 어릴 적엔 어린 소설을 많이 썼다. 내가 나오고 늘 나는 이기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현실은, 늘 지는 사람이라는 거다. 내가 아닌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를 쓰며 칭찬받았다. 거기에 나는 있기도 했고 없기도 했다. 숨바꼭질 놀이였나보다. 나는 휘청였고 그건 내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내 주인공들도 그랬다. 무엇이 나를 흔들리게 했던가. 이어지는 타자소리가 멈췄다. 그것 마저 잊고 살았던가. 나를 쥐고 흔들던 가혹한 세상마저 잊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행복했나보다. 욕실은 수증기로 넘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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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끝.생각1 2020. 4. 8. 07:28
불면증이 심했다. 그건 옛날에도 그랬고, 아마 오늘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잠자고 싶다. 잠이 안 온다. 그건 굉장히 괴롭다. 혀 끝으로 펼쳐진 장기들은 모두 잠들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억지로 장기들을 깨운다. 숨을 쉰다. 눈을 깜빡인다. 그러면 모든 일이 버거워진다. 모든 게 무겁다. 나는 바닥으로 점점 박혀간다. 아무리 좋은 침대 위라도 잠을 자지 못 할 것 같다. 좋은 잠옷을 입으면 잠이 온다는데 사실일까. 생각이 건조하다. 양분이 없다. 당연하지. 내게 양분이 없는걸.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공간 때문일까. 의심해보자. 뭐라도 시작하다. 칼로리 소모가 있는 무슨 짓이라도 해보자. 공간 때문에 자지 못하는 거라면, 사물들에 박힌 시간들 때문일까. 그게 너무 고약하고 짙어서 내가 쾌적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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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n번방)카테고리 없음 2020. 4. 1. 22:09
짐승이니, 악마니 그런 판타지 속에 살지마. 너네를 신화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마. 오글거리고 쪽팔린다. 방구석 찌질이들, 명백한 범죄자들. 그게 너희 이름이야. . . . 그런데 제야야, 너는 숨어있지 마. 거긴 너무 차가워. 있잖아 그렇게 아프고 선명한 기억 가지고 숨어있지 마. 거긴 너무 어두워. 밝은 쪽으로 걸어. 당당하게 걸어. 우리 그렇게 하자. 꽃피는 봄이 오면 새싹들과 함께 기지개 켜는 걸로 하자. 그때는 우리 괜찮아지는 걸로 하자. . . . 최진영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시기적절하게 읽었다고 말해야 할까. 말을 줄였다.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당숙에게 강간당한 제야의 이야기에 그녀의 일기가 마냥 다른 나라 이야기 같지 않았다. 우리 사회엔 제야가 너무나도 많다. '너 안 좋은 일이야,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