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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어떻게 오늘도생각1 2020. 7. 18. 02:04
고요한 밤이 되고 일주일의 마지막이 찾아온다. 당연하지만 새삼 기쁜 날이다. 그래서일까 밤이 되면 사람들은 밖으로 나오고 알코올에 힘을 빌려 평소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한다.어쩌다 보면 말다툼이 번지고 감정이 얼룩질 수도 있겠지. 잠들지 않는 어둠을 업고 상처들이 삐져나온다. 지구의 아픈 부분들이 속수무책으로 드러난다.
청각은 쉬지 않고 사람들의 말소리를 듣는다. 멈춤이 없는 유일한 감각. 눈이야 감으면 그만이고, 입이야 다물면 그만이다.
냄새야 잠시 숨을 멈추면 되는데, 완전히 내 의지로 듣지 않는게 불가능한 오늘이 꽤나 피곤하다고 느껴진다. 사람들은 가끔 듣기 싫은 말들이 있을 텐데. 간판에 전기 흐르는 소리조차 듣고 싶지 않을 때가 있을 텐데.
들리는 것에 감사하지만, 인간은 간사해서 예민한 신경들이 벅찰 때가 있나 보다.
마음이라도 어디 내려두고 싶다.
완전히 내 손을 떠나 상처받지 않는 곳에 몇 시간만 두고 오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하나보다. 마음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당신'이 생기기에.
사랑하는 부모님께 마음을 두고 훨훨 자유롭고.
사랑하는 친구에게 마음을 주고 침묵을 곱씹기도 한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마음을 보여주며 위로를 받기도 할 테지.
그렇게 충전이 되면,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나는 배터리가 다 된 것 같다.
따듯한 포옹. 마음을 맡기는 유일하고도 숭고한 의식. 충전이 필요한 날이다.
앞으로 나아갈 수야 있겠지만 충만을 느끼기엔 부족한 밤이 찾아왔다. 포옹이 필요하다. 호흡을 떨어트리고 온 몸의 힘을 빼도, 본능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는 순간. 다시 돌아올 것 같지 않은 몇 초면, 그 찰나면, 정말 씩씩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오랜만에 기억 속에 있던 노래가 번뜩였다.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
누가 내 맘을 위로할까
누가 내 맘을 알아줄까
모두가 나를 비웃는 것 같아
기댈 곳 하나 없네.
이젠 괜찮다 했었는데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다시 찾아온 이 절망에 나는 또 쓰러져 혼자 남았네.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 괜찮다 말해줄게
다 잘 될 거라고, 넌 빛날 거라고
모두 끝난 것 같은 날에
내 목소릴 기억해.
아주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이걸로 괜찮다 싶었다. 오늘이야, 이걸로 조금 충전이 된 것 같았다. 그래 수많은 날들을 살았는데 오늘이야 못 넘기겠나.
그래 멈출 수 없는 감각이 기특하게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 다행이다. 귓속으로 들어와 가슴에 잠깐 온기를 내려주어 다행이다. 나에겐 바위 같은 내 편이 여전히 많으니까.
서로의 일상에 치이고 바빠 포옹을 하기엔 너무 짧은 팔들이지만. 내가 무너진다면 한 달음에 달려올 사람들이 내겐, 있으니까. 오늘은 투정 부리지 않는 걸로 하자. 그리고 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하자.
니가 포옹이 필요할때, 니가 쓰러졌을 때.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 괜찮다 말해줄게.
다 잘 될 거야, 넌 빛날 거야.
모두 끝난 것 같은 날에
내 온기를 기억해.
나 여기 있어. 니편 여기 있어.
세상은 어떻게 오늘도 돌아가지.
숨 차치도 않나.
매일을 어떻게 그렇게 반복만 하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오늘도 지나가는 거다.
세상은 이렇게 오늘도
서로를 생각하는 기특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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