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골목

유독 잠이 오지 않는 밤엔 시를 써요.
못 읽은 소설도 뒤적이다가, 종이 소리에 만족하죠.
시는 꼭 아련하게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내용이더라고요.
아니 떠나보내는 게 아니라,
내가 떠나버리는 걸까요.
어쩐지 존댓말로 쓰게 되는 내용에는 미련없이
떠나고
비우고
지우고
서로가 없는 일상에
서둘러 적응하자-.
라는 것이지만.
애절한 어미와 잡아 달라는 마침표에선 헛웃음을 뱉고 말죠.
'글은 너무 내 맘을 잘 알아요.
거짓말을 못 해요.'
훌쩍 떠나 버릴까 무서워하는
어떤 이에게 쓰는 고백이라서 존댓말일까요.
전적이 있거든요.
나이 든 아저씨와 당신과 못살겠다고 가출하는
어린 딸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이라 생략할게요.
그다지 감동적이지도 않은 에피소드여서요. 생각보다
뻔하지도 않은데 지레짐작했다면
기분 나쁠 이야기이기도 해요.
각자의 집은 각자만의 사연이 있는거니까요.
절대 아는 척하지 말기로 해요.
각자의 족보니까요. 쉿!
설명하자면, 괜히
심장이 장마철에 갇혀 갑갑할 거예요.
죄책감과 해방감으로 눅눅하던 중학생 소녀는 이제
인생을 더 멋있게 그리고 더 슬프게 사는 법을
알아버렸답니다.
총총,
별이 유난히 그림같은 골목이 있는데,
정말 별이 유독 잘 보이는 골목이기도 하고
길의 원룸들이 꼭 '별'들이 들어간 경우가 많아서
별, 골목 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나는 골목 앞에서 항상 무서워하기를 반복한다.
'아 커피를 사러가 말아.'
길목에 끝에 있는 편의점엔 머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 봤자 길지 않다.
카페인의 노예가 무슨 고민.
아주 어두워서 넘어질까
발끝을 유심히 바라봐야 하는 골목을 지나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면, 중간쯤에 있는 세탁방에서 나는 반드시 멈춰 선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별이 와라락 쏟아져있는 하늘을.
아이스커피가 손금의 온도에 식어가며 땀을 흘린다.
난 그래도 마저 무섭고 어두운 골목에 가운데 서서 별을 바라본다.
오지 않았으면 못 봤을 빛에 감탄하며
별을 세어본다.
아예 걷지 않았으면 모를까. 걷기로 마음먹었다면
암흑의 가운데서 마주친
여유와 즉흥을 소홀이 하지 말자.